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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zcal Enlightenment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생산되는 절묘하고 아름다운 맛의 메스칼을 소개한다

100년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세기의 꽃인 용설란이 화산암이 늘어선 뜨거운 불구덩이의 절벽 위에 3피트 높이로 쌓여있다. 멕시코 오악사카(Oaxaca) 주를 둘러싼 누렇게 마른 산비탈에서 자라난 야생 용설란은 약 8년간에 걸친 느린 성장과 어렵고 까다로운 수확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매우 귀한 식물로 통한다. 

최대 6피트까지성장하는 칼처럼 날카로운 잎 속의 액체가 피부에 닿으면 끔찍한 피부 발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용설란을 채집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용설란의 가시에 면역된 숙련된 기술자들이다.

이 용설란 채집자들은 손잡이가 긴 도끼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피냐(용설란의 몸통이 커다란 파인애플을 닮아 붙여진 별칭; piña)를 가르고 4등분으로 자른 후, 구덩이 안으로 내던진다. 잘라진 피냐가 구덩이 속에서 3일 동안 구워지면, 오래 된 담배 잎의 빛으로 변하고 꿀처럼 달콤하며 메스키트(남미산 나무. 숯을 만들거나 음식 굽는 불을 피울때 흔히 쓰임; mesquite)와 오크나무, 유칼립투스, 그리고 솔방울과 같은 향긋한 향을 가지게 된다.

데킬라의 어머니급인 이 절묘하고 아름다운 메스칼이 이처럼 원시적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메스칼 장인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생산되는 이 메스칼을 한 모금만 마셔도, 섬세한 소나무의 향에서 느껴지는 용설란의 품종은 물론이고, 이 용설란이 야생인지 또는 양식인지, 구울때 사용한 나무는 무엇인지 등 전반적인 생산방식 모두를 금세 알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증류 시 사용한 물의 종류가 강물인지 샘물인지, 그리고 증류기의 재질이 진흙인지 아니면 구리 또는 스테인리스 스틸인지에 따라서도 맛에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콜롬비아 사람들이 잎을 몸통에서부터 얼마나 가깝게 잘랐는지까지 맛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전한다. 

이처럼 뛰어난 장인의 디테일한 능력은 최근 믹솔로지트와 셰프들 사이에서 메스칼을 대스타로 만들었다.

고급 테킬라에서는 용설란을 기본으로 하는 술 맛이 강조되지만, 메스칼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생산되는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최고급 테킬라라고 생각하면 된다.

테킬라는 블루 아가베(Weber blue)라는 양식 품종만을 사용해 제조되지만, 메스칼은 수십 가지의 다양한 품종들을 사용한다. 이 중 에스파딘(espadín) 품종은 메스칼의 대표적인 원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메스칼의 용설란은 수확 시 수명이 50년 이상된 품종도 있으며, 일부 품종은 희귀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오악사카 주 피티오나(Pitiona) 레스토랑의 소믈리에인 로레나 테란(Lorena Terán)은 거의 멸종되고 일반적으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블랑카 아가베로 만든 레알 미네로(Real Minero) 메스칼을 포함해 총 62가지의 메스칼 셀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인근 산타 카타리나 미나스(SantaCatarina Minas) 마을의 토분에서 증류된 레알 미네로의 마지막 26병, 한 묶음도 테란의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이 메스칼 한병의 가격은 약 1100달러라고한다.

진귀한 술은 생산 과정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테킬라는 피냐를 쪄서 제조하는 반면, 메스칼은 소량의 피냐를 직접 구워 제조한다. 뉴욕시의 엠페욘 코시나(Empellón Cocina)에서 메스칼을 증류주 리스트와 요리에 추가해 선보이고 있는 알렉스 스튜팩(Alex Stupak) 세프는 메스칼이 “정의되지 않는 아주 오래된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조된다” 며 “메스칼이 얼마나 많은 노동력과 장인의 섬세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용설란을 성스러운 식물로 여긴다. 전설에따르면, 메스칼의 기원은 용설란이 번쩍이는 번개에 맞아 수액이 뿜어져 나온 것이라고 전해지며, 치유의 특성까지 가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메스칼을 제조하는 대부분의 가정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를 가업으로 물려받아 진행해오고 있다.

페드로 에르난데스(Pedro Hernández)는 오악사카 주에서 약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산 발타사르 겔라빌라(San Baltazar Guelavila) 마을의 9대째 내려오는 메스칼 장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잘 구워진 용설란을 작은 시멘트 원형판에서 걸쭉하게 덩어리질 때까지 당나귀가 돌리는 맷돌로

으깬 뒤, 물과 함께 섞어 나무통에서 약 5일간 발효시킨다. 메스칼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그는 “메스칼 장인은 향은 물론이고, 맛과 소리까지 듣는다. 심지어 액체의 움직임도 섬세하게 확인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면, 두 번의 추가 증류과정을 거치고 좋지 않은 맛이나 고농도 알코올을 함유한 증류과정의 초기 및 후기 증류주를 신중하게 결정해 처분한다고 한다.

에르난데스가 메스칼리어로 있는 이 양조장은 올해 특정 야생 용설란을 사용한 메스칼을 약 2000병 가량 생산할 계획이다. 멕시카노(Mexicano), 에스파딘(espadín), 그리고 토바시체(tobasiche) 등의 세가지 용설란 품종을 섞어 소규모 처리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그의 메스칼은 특유의 혀 끝을 불처럼 뜨겁게 달구는 얼얼함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간의 물을 사용해 중화시킨다. 중화 후에도 알코올 도수가 40도 이상의 이 술은 특유의 투박함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입술을 얼얼하게 하는 화끈거림 뒤에 회향(향이 강한 채소의 하나. 씨앗과 잎도 요리에 씀; fennel), 백후추, 그리고 질 좋은 마구용 쇠 가죽의 향이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피티오나의 테란에 따르면, 전통적인 메스칼은 보통 식전 또는 식후에 마시기 좋은 술로, 짧고 윗부분이 뚫린 잔에 담아 스트레이트로 마신다고 한다. 일부 오악사카 주민들과 방문객들은 메스칼을 마실 때, 용설란 벌레가루와 고춧가루가 함께 들어간 소금인 살 데 구사노(sal de gusano)에 오렌지를 찍어 먹는 방법으로 즐기지만, 테란은 이를 강력히 반대한다. 그녀는 “우리는 살 데 구사노를 사용해서 칵테일을 만들지 않는다” 며 “아름답고 복잡한 메스칼 본연의 맛을 음미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By KLR